아름다운 커피


  가톨릭대학교 정문 앞에 공정무역으로 들여오는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처음 '아름다운 커피'에 들어섰을 때 순간 남의 가정집에 들어온 듯 한 착각에 빠졌다. 나무바닥, 벽에 붙어있는 5~6개 테이블, 가장 안쪽에 있는 카운터. 공간을 메우고 있는 공정무역 관련 포스터들과 각종 단행본들,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는 메뉴판까지 정겹다. 처음에는 그냥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괜찮은 맛이었다. 미각이 그다지 예민하지 못한 까닭에 내가 마시는 커피 기준은 '맛있음' 외에는 '묽음' '지나치게 씀' '너무 강함' '향이 부족함' 정도 뿐이다. 그러니까 나의 '맛있음'에는 구체적인 어떤 이미지는 없다. 아, 웬만해서 신맛은 잘 취급하지 않는 정도? 2000원 가격 대비 괜찮았다. 

  그러다가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누군가가 올린 공고를 보게 된 것이다. 

  시험기간 한정 아메리카노 1000원 판매.

  첫날은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어줄까, 라고 하셔서 네, 라고 했더니 아낌없이 세 번 펌프질을 해주신 걸 받아와서 달디달게 마셨다. 내 취향에는 너무 달았지만 뭐 괜찮아. 오늘은 두통과 쑤시는 어깨에 시달리며 외풍이 심한 일터에 앉아 있자니 너무 추워서 1000원짜리를 사러 갔다. 그런데 내 눈에 띈 '멕시칸 핫초코'가 별표 두 개와 함께 나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지갑의 잔고를 확인한 뒤, 나는 질렀다. 큰 맘 먹고 지른 그 음료는 너무 달고, 매콤하고, 자극적이라서 내가 마시고 있는 게 핫초코인 지 (계피가 가미된) 엄청나게 단 생강차인 지 헷갈릴 정도였다. 뒤늦게 약 1년 반 전, 영어글쓰기(2) 강사가 예찬한 멕시컨 촤컬릿의 정체가 떠올랐다. "질 좋은 초콜릿을 녹이고... (솰라솰라) ...약간의 자극을 주기 위해 매콤한 칠리로 마무리해야 돼." 정말 마시다가 내려다 본 컵의 내벽에는 정체가 확실한() 붉은 가루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과연 이 특효법으로 감기가 떨어질까 아니면 촤컬릿 덕분에 아토피만 더 나빠지고 감기는 계속 되서 고열상태에서 아토피는 더 심해질까. 지금 난 무엇보다 신종플루의 고열이 가장 무섭다. 어쨌든 최악의 경우라도, 집에 해열제가 있으니까... 밤의 칼바람을 뚫고 퇴근하는 관문만 남아있다.  

  결국 무리한 시도는 관두고 커피가 땡기는 날에는 그냥 '아름다운 커피'의 (시럽 안 넣은) 아메리카노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이디야의 손짓에 넘어가서 토피넛 라떼를 마셔버린 일이 있었는데, 내 입맛에 맞는 달디단 고소함이 참 좋았지만 내 몸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무려 길을 건너가면서 비슷한 가격의 이디야 아메리카노를 마시느니 이곳의 아메리카노를 마시겠노라고 다짐했다. (더워지면 패밀리마트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ㄱㄱㅅ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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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飛影 2009/10/20 11:36 # 답글

    그냥 노멀한게 제일 좋죠.. ^^;;
    너무 달거나 너무 쓰면.. 그것 대로 곤욕이;;
  • 비스코티 2009/10/21 21:10 #

    노멀한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참 애매하죠 ㅎㅎ; 그냥 제게는 너무 센 맛이었습니다.
  • hj 2009/10/20 23:26 # 삭제 답글

    커피 마시고 싶구나아~ 아름다운 커피가 그 쪽에 있었군... 나 그런 가게 좋아하는데. 유기농이니 공정무역이니 하는 가게. 사실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자체도 호감이 가지만 그보다는 그리 크지 않은 가게에 이것저것 여러 종류의 물건이 조금씩 있는 게 좋아. 우유부단해서 잘 못 고르니까, 조금씩 있는 편이 더 좋아요.
  • 비스코티 2009/10/21 21:13 #

    ㅇㅇ~ 언제 널 이곳으로 데려오고 싶건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구나 ㅎㅎ; 일단 너도 커피 안 마시니까 =_= 여기, 달달한 커피가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기도 해서 인기 만점이야 /ㅅ/
  • hj 2009/10/20 23:32 # 삭제 답글

    약 두 달 만?에 블로그 재공개 했습니다. 뭐 그 동안에 포스팅한 건 거의 없지만. 아라시 동영상 정도? 닫은지 오래돼서 놀러오는 사람 아마 너밖에 없을 듯 하나, 오시오. :) 주소는 전과 같소.

  • 비스코티 2009/10/21 21:14 #

    다녀와서 댓글 많이는 못 남겼고 군데군데 뿌려놨어 =ㅂ= 나 찾아봐라 (응?) 좀 박하게 뿌려놨으니 찾기 힘들지도 -_-...... 다음에 날 잡고 네가 올려놓은 좋은 것(?)들을 감상하도록 하마ㅋㅋ
  • hj 2009/10/21 23:22 # 삭제 답글

    진짜 박한데? ㅋㅋㅋㅋ 내일 또 찾아봐야겠다. 근데 뭐, 댓글 달 게 거의 없었지 그간. 뭐 쓴게 없으니.
  • 비스코티 2009/10/22 18:22 #

    왠지 가슴 아파서 (응?) 몇 개 더 달았어. 마지막에는 '드디어 고지에 도달했습니다' 어투의 이멘트 준비했으니 하염없이 찾지는 마라. ...근데 우리 이게 무슨 짓?
  • hj 2009/10/23 13:12 # 삭제 답글

    동정은 필요없어 ㅋㅋㅋ
  • 비스코티 2009/10/24 09:11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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