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안내데스크를 찾던 남학생이 있다. 나와 동갑내기인 여자친구를 몹시 사랑한다는 순정남, 갓 스무살이 된 1학년생이다. 이 아이의 특기이자 장기는 겁없이 있는대로 다 물어본다는 점. 나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외국인 교원들에게 1) 결혼했냐 2) 프로포즈 어떻게 받았냐 등의 질문을 서슴없이 하는 대담한 녀석이다. 하긴, 그런 배짱이 없었다면 안내데스크에 뛰어(?)들지 않았겠지. 밝고 솔직하고 재미있는 이 녀석을 보고 있자면 조금은 남동생/희귀한 애완동물이 생긴 기분이 든다. 진짜 동생도 도도한 고양이 같은 면이 있는데, 음, 이 녀석도 만만치 않아. 이쪽은 일단, 강아지에 가깝다고 하자. (의미는 없지만)
어찌되었건 그 녀석 덕분에(?) 누구누구는 결혼은 다섯 번 했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전 부인들 중 누구누구가 포함되어 있더라, 누구는 등산 갔다가 느닷없이 프로포즈 했다더라 등의 전혀 알 필요는 없지만 은근히 재미있는 교원들의 사생활을 알게 되었다. 내가 데스크에 앉아서 추측하는 것: 누가 누구에게 작업을 거는 것 같다, (한쪽은 유부녀니까 더 위험하지만 다행히 우려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듯) 누구(男)와 누구(男)는 너무 붙어 다니는 것이 관계가 좀 의심스럽다, (게이 커플은 아닌 걸로 판명됐지만...) 모 여성잡지에 큰 관심을 보인 누구누구(男)의 성적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아직 확인 못했다) 등보다 훨씬 낫다. 나, 미드 너무 봤지? 사실 현실은 미드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이니까. (응?)
그래, 나도 당당하게 물어보는 거야...... R U GAY?
...1학년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 거 하고 안내데스크 직원이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 거 하고 천지차이라는 거 기억해 두시고ㅋㅋㅋㅋㅋㅋ
아놔, 진짜 오늘 시간 왜 이렇게 안 가는 거야!!


덧글
飛影 2009/11/04 10:55 # 답글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역시 사람은 겉만보고는 판단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함부로 판단 할 수 있지도 않고..
비스코티 2009/11/06 11:30 #
ㅎㅎㅎ 그렇죠! 세삼 깨달았어요- 특히 외쿡인들은 미지의 세계-
Beracah 2009/11/04 21:01 # 답글
저런 강아지를 보면 난 아무래도 고양이 맞는거 같아.요즘 내가 고양이인척 하는 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거든.
비스코티 2009/11/06 11:33 #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고양이/개가 공존하는 것 같아 'ㅂ'~ 설혹 본성은 개라도 사회생활하면 점점 요령 피우는 고양이가 될 수도 있고... 을 입장에 서면 역시 사람은 개가 되는 걸까. (뭔가 다른 의미가!!)
hj 2009/11/04 21:42 # 삭제 답글
귀여운 남학생일까나~ 스무살이니, 엔간하면 귀엽겠다. 냄새나는 열여덟 열아홉과는 달리~
비스코티 2009/11/06 11:34 #
냄새나는 고교생;; 눈이 똘망똘망해서 귀여워하고 있어. 본인은 못 느낄지 모르겠지만 ㅎㅎ
Beracah 2009/11/08 22:14 # 답글
.....12학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남자애들 몸내 난다고....누군가 그랬더랬지-_-
비스코티 2009/11/09 16:15 #
대학생이 갑자기 냄새가 사라지는 게 아니구나 =_= 문득 공대 강의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재현아~?